공매도 이야기
오래전 뉴턴은 영국의 식민지 무역을 독점하던 남해주식회사에 투자했다가 “식민지에 금은 없고 벌레만 들끓는다”는 공매도 세력의 가짜 뉴스 공세 탓에 파산 위기에 몰렸다고 한다.프랑스 나폴레옹 황제는 “공매도를 반역죄로단죄하겠다”라고 선포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공매도란 도대체 언제부터였을까?
공매도란 뭐지?
우리는 주식을 사서 오르기를 기다리다가 일정기간이 되면 차액을 챙기고 오른 주식을 매도하며 이득을 취하는 게 일반적인 방식이다.
반면, 공매도의 방식은 아래와 같다.
일단 타깃을 삼은 주식이 있다.
공매도를 하려는 자는 상당한 양의 “보유하고 있지도 않은 주식”을 마치 소유하고 있는 듯이 팔아버린다. 그 이후엔 엄청난 주식 수가 매도된 여파로 인해 주가가 떨어진다. 그때 가격이 하락한 상태의 주식을, 하락한 가격으로 사서- 앞서 가지고 있지도 않았던 그 주식들을 팔았으니 갚아야 하므로 -그 팔아버린 수만큼을 갚는다. 높은 가격에 팔았고 낮은 가격에 되사서 갚았으니, 이 사이 벌어진 주식의 거래 차익은 공매도를 시도한 자의 것이 된다.
공매도의 시작, 그 대강의 역사
-첫 공매도 시도, 그리고 실패: 아이작 르 메르 (Isaac le Maire).
약 400여 년 전, 대항해시대라고 하는 해상무역이 활발하던 때, 네덜란드 무역업자이자 투자자라고 하는 아이작 르 메르는 인류최초의 공매도를 시도한 인물이다.
1559년 벨기에 투르네 태생으로 1585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정착한다.
당시 아시아와의 해상무역이 활개 치던 16세기말, 17세기초 시절에 정향, 후추 같은 향신료를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들여올 수 있는 바닷길이 개척되며 큰돈을 벌 수 있었다. 하지만 항해는 생각만큼 당시에는 안전하지 않아서 아시아로 출발하여 되돌아오는 배는 전체 출항배의 약 50% 정도였다.50%정도 였다. 당시 네덜란드의 경쟁세력이었던 포르투갈과 스페인에 맞서서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의회는 1600년대 초에 네덜란드 주요 항구에 있던 동인도 회사들을 통합하여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를 만든다. 이 회사를 설립하고자 자본금을 모았고 응모한 이는 1,143명이었다. 당시, 모아진 돈은 경쟁업체인 영국동인도회사보다 8배 많았다. 투자자 중 아이작 르 메르는 8만 5,0005,000 길더를 투자하여 최대 주주가 되었다. 그러나 1605년 이 상황을 못 받아들인 르 메르가 회사의 주가를 떨어뜨릴 목적으로 공매도를 시도했다. 그는 주식을 빌려서 팔고 ‘희망봉 부근에서 배가 침몰했다’는 가짜 뉴스를 퍼트려 주가를 떨어뜨린 뒤 싼 값에 주식을 되사들여 차익을 얻으려고 했었다.
주가를 떨어뜨리기 위해 일부러 퍼뜨린 거짓 소문은 소문이 진위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던 시절이었기에 작전은 먹혔고 주가가 급락했다. 이후에 이는 실패로 끝나기는 했다. 그러나 동인도회사는 정부에 공매도를 금지해 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주식시장에 “사악한 관행”이 퍼져있다며 “공매도가 동인도회사 투자자들, 특히 과부와 고아들(당시의 취약계층들)에 매우 큰 손해를 끼친다”라고 호소했고. 이에 네덜란드 정부는 1610년 ‘공매도 금지’를 결정, 세계 증시 역사상 첫 공매도 금지 규제가 이루어졌었다.
-1830년대, 공매도의 호령한 자, 제이콥 리틀
제이콥 리틀은 공매도의 귀재였다. 그러나 공매도 성공을 이 헤 벌인 일들, 허위정보 유포와 주식 매입과 매도, 양도등의 행위 중 보여준 나쁜 행동으로 인해 사람들로부터 미움을 샀고 사망할 당시에는 엄청난 돈을 벌었던 전성기와 달리 가난했다고 한다.
1830년대부터 20여 년간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고평가 된 종목을 골라서 해당종목에 허위정보를 흘리고 주가를 떨어뜨려 이득을 취했고, 그는 불신 유포자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가지게 되었다..
그는 공매도할 주식을 사겠다는 사람에게 몇 달 뒤 주식을 인도한다는 이행증서를 발행했다. 그리고 주식 인도 날짜가 되기 전, 주가가 하락하면 헐값에 매수해 다음 매수자에게 넘기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번 돈이 1846년 무렵 대략 200만 달러, 현재 가치로는 5700만 달러에 달했다. 우리 돈 600억 원이 넘는 규모였다.
-1938년 대공황시 업틱룰(uptick-rule) 도입
공매도를 할 때 직전 거래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호가를 내지 못하게 하는 규정으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도입한 규정이다.
주가의 급격한 하락을 방지함으로써 주식시장의 불안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2007년 금융규제 완화 차원에서 'Regulation SHO'를 시행하며 폐지했으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010년에 대안적 업틱룰의 형태로 다시 도입되었다
-2008년 폭스바겐 숏스퀴즈
2008년 폭스바겐 주가를 5배 급등시켜 잠시나마 전 세계 시총 1위로 만들었던 숏스퀴즈(short squeez) 사건이 있었다. 포르셰가 폭스바겐 지분 74%를 인수하면서, 공매도 투자자들이 주식을 갚기 위해 사들일 유통 주식이 모자랐고 이는 바로 쇼스퀴즈로 이어졌다.
- 2021년 미국의 게임스탑 사건
이 사건으로 공매도가 다시 핫이슈로 부상했다. 당시 부실한 게임 유통업체 게임스톱(GME)의 주가가 폭등하자 헤지펀드들이 공매도에 나섰다. 이에 반발한 개인투자자들이 헤지펀드의 전략에 맞서면서 주가가 하락하지 않고 오히려 폭등했다. 다급해진 헤지펀드들이 공매도 구멍을 메우는 과정에서50억 달러 이상 손실을 봤다. 비슷한 시기 한국에서도 동학개미들의 집단 청원에 문재인 정부가 공매도를 1년 이상 전면 금지시키기도 했다.
공매도는 필요한가? 공매도가 나쁘지않다고 보는 이들.
공매도의 순역할
어떤 이들은 공매도가 투자 위험을 먼저 알리는 ‘탄광 속 카나리아’ 역할도 한다고 말한다.
2016년 영국 투자자들이 독일 핀테크 기업 와이어카드를 부패 기업이라며 공매도 공세를 펼치자, 회사 측은 ‘앵글로색슨의 음모’라고 반박했지만 얼마 안 가 분식회계가 드러나 파산했다.
스타벅스를 위협했던 중국 루이싱 커피의 회계 부정을 폭로하고, 니콜라 수소 트럭의 사기 행위를 밝혀낸 것도-2020년 니콜라 수소트럭이 사실 운전한 게 아니라 굴러 내려갔다는 보고서를 냈던 힌덴버그- 공매도 투자자들이었다.
공매도가 주범이 아니다.
공매도 금지론자의 주장은 시장이 불안할 때 공매도가 이를 더 부추긴다고 말한다. 주가 하락을 더 악화시켜 패닉 매도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공매도를 금지하면 시장이 안정되거나 주가가 덜 빠지는 건 아니란 것을 논문으로 발표한 교수들이 있다.
1) 캐나다 온타리오 대학의 안드리 쉬킬코 교수는 2012년 논문에서 하락장에서 가격하락에 공매도도 기여하긴 하지만, 실제 가격하락에 미치는 영향은 공매도가 아닌 일반적인 매매거래가 훨씬 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공매도가 주범이 아니라는 것을 밝혀낸 논문인 것이다.
2) 벨포 포박 버팔로대학 교수의 2014년 논문에서도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공매도가 가격 왜곡을 초래한 증거가 없다고 말다. 특히 그는 한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 불법으로 규정한 무차입 공매도(주식을 빌리 않고 공매도)가 오히려 유동성을 늘리고 가격 효율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3) 공매도 금지가 오히려 부작용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13년 영국 키스 비즈니스 스쿨의 알렉산드로 베버교수는 금융위기 당시 30개국의 데이터를 취합해 공매도 금지 효과를 평가했다. 시가총액이 작고 변동성이 높은 종목의 경우 공매도가 금지되면 유동성이 크게 줄어든다는 게 결론이다. 특히 미국이 아닌 신흥국 증시는 이런 부작용이 더 크다는 것이다.
2008년 9월 19일 금융주에 대한 공매도 금지를 발표했던 당사자인 크리스토퍼 콕스 전 미국 SEC 의장도 공매도 금지 무용론을 주장한다.
공매도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이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매도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지 못한다.
그 이유는 심리적 요인에서 온다고 한다.
누군가 공매도로 큰돈을 벌었다는 것은 누군가 크게 돈을 잃었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대공황 때 공매도로 큰돈을 번 유럽 투자자 코스톨라니는 “내가 돈을 버는 동안 친구들이 파산해 성공을 슬퍼해야 했다”면서 공매도 투자를 끊었다고 한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것이므로 그 기업의 임직원과 주주와 정 반대편에 서게 된다. 이는 만약 공매도 투자자가 큰돈을 벌게 되었을 때 반대편에게 엄청난 미움과 분노를 사게 된다.. 주가 하락으로 크게 돈을 잃었기 때문이다. 나아가 주가 급락은 회사 직원과 투자자뿐 아니라 공급업체·지자체·채권자 같은 수많은 이해관계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공매도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과 태도를 알 수 있는 인터뷰
2001년 엔론의 회계부정을 일찍 알아차린 걸로 유명한 ‘공매도의 제왕’ 짐 차노스는 약 당시, 뉴요커 인터뷰에서 “우리는 매일 월스트리트와 언론, 1만 개의. 주식을 살 때와 같은 꾸준한 지지의 북소리가 우리(공매도 투자자) 뒤에는 없다는 것도 안다.”라고 말했다.
공매도 투자자 마크 코호데스가 FT와의 인터뷰에서 “공매도 투자자들은 혐오와 증오를 받습니다. 규제 당국과 규칙과 회사, 자연 등 모든 것은 우리를 반대합니다. 따라서 강한 자만이 살아남을 것입니다.”
독일 핀테크 기업 와이어카드 사례를 통해 심지어 규제당국도 공매도를 싫어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와이어카드는 유럽에서 가장 잘 나가는 핀테크 기업이었는데, 당시 2016년부터 영국의 공매도 투자업체들은 와이어카드가 부패·사기에 연루돼 있고 자금세탁 통제도 취약하다고 비판하는 보고서를 낸다. 때를 같이해서 2019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공매도 업체와 내부고발자를 취재해 와이어카드의 회계에 문제가 있다는 기사를 냈다.
그러나 독일 규제당국 BaFin은 이를 조사하지 않고 오히려, FT의 기자 두 명과 공매도 투자자 여러 명을 형사 고발한다. 그리고 경제와 시장 안정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와이어카드에 대한 공매도를 금지했다. 당시 ‘앵글로색슨 약탈자들의 사악한 음모의 희생자’라는 와이어카드 주장을 그대로 수용한 셈이었다..
하지만 2020년 회계감사에서 와이어카드의 현금 중 19억 유로가 사라졌다는 게 드러났다. 주가는 폭락했고, 회사 대표는 체포됐고, 회사는 결국 파산했다. 당시에, 그 손실 중 상당 부분은 독일의 연기금이 떠안아야 했다.
공매도를 하지않는 투자자들
공매도를 절대 하지 않거나, 중도에 그만둔 유명 투자자들도 있다. 유명한 유럽의 전설적 투자자 앙드레 코스톨라니(1906~1999년)는 앞서 이야기했듯이,, 1930년 증시 대붕괴로 엄청난 돈을 번 직후, 공매도를 그만뒀다
그는 그의 저서에서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내가 많은 돈을 버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그만큼 손해를 봤다. 평소 좋아했던 친구와 동료들이 파멸했다. 내 지갑은 항상 두둑했지만 그것을 같이 즐길 누군가가 내 곁에 없었다. 성공을 기뻐할 수가 없었고 오히려 정반대였다.”라고. 언급했다. 이런 깨달음으로 투자철학을 변경하여 그는 일생 동안 가격 상승에 베팅하는 롱포지션으로 투자해서 부를 쌓았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공매도를 하지 않는다.
그는 2001년 버크셔해서웨이 연례회의에서 공매도가 “많은 사람을 망쳤다”라고 말하며 “내 경험상 매수 쪽에서 돈을 버는 것이 훨씬 쉽다”라고 하며 공매도가 위험하기에 하지 않는다는 식의 언급을 했다.
시트론리서치는 생명의 위협을 느껴 공매도를 중단했다. 2012년 중국 에버그란데(헝다)의 파산을 예측했던 걸로 유명하다.
리서치 창립자 앤드류 레프트는 2021년 1월 “더 이상 공매도 보고서를 내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당시엔 게임스톱 주식을 둘러싸고 미국 개미투자자와 공매도 투자자들이 예민하던 시기였다. 투자자들은 레프트와 자녀들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해킹하고 살해 협박 메시지를 보내기까지 했다고 한다. 결국 레프트는 가족들의 신변안전을 위해 더이상 보고서를 내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결론
결론을 마무리한다.
공매도는 주식시장이 생긴 초기부터 있었던 투자방법이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부추긴다고 봤기 때문에 400년 전부터 공매도 금지령이 내려졌다 풀리기를 반복했다.
공매도를 금지하면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되는가에 대한 학술 연구의 결론은 100% 꼭 그렇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금지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논문들도 있다. 즉,공매도를 금지하면 시장 유동성을 줄이는 부작용이 나타난다고 본다.
하지만, 공매도는 감정의 문제이다. 주가하락으로 인해 공매도의 특징이 혐오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기업 임직원과 주주들은 물론 규제당국도 공매도를 본능적으로 좋아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공매도들은 반대편들의 혐오와 분노사이를 견뎌가며 그들의 갈 길을 계속 갈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공매도는 유쾌하진 않다.
역사적으로 항상 공매도자가 의도적으로 회사를 죽이기로 결심했다. 그 죽임?을 당해야 했던 그리고 지금 공매도를 당하는 회사들은 정말 공매도에 의해 심판을 받아야 하는 회사가 100% 맞았던가? 또한 그들은 도대체 무슨 권리로 그들은 단죄? 할 수 있는 것인가? 단순히 그들의 이익을 위해 약한 회사를 죽인 건 아닐까?
최근에 칼 아이칸의 회사를 비판하고 주가를 끌어내린 데 일조한 힌덴버그 공매도 투자회사가 있다. 이에 대해 칼 아이칸이 잊혀지지 않을 기억을 만들어주겠다던 최근 기사가 떠오른다.
-참고한 기사및 문헌-
매일경제 2021. 01 .25 경제면
조선일보 2023.11.08 오피니언
딥다이브 2023.11
공매도 규제효과 분석 및 정책적 시사점연구보고서 2017.06.17 황세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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